생각의 단편

미국이 무역수지 흑자국이 된다면?

slowpokee 2025. 4. 19. 15:50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적자가 문제이고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관세를 부과한다고 한다. 사업가인 트럼프 입장에서 적자를 나쁘게 보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가 차원의 무역 적자는 기업의 적자와 같지 않다. 기업은 이익을 내야 하지만 국가의 무역 적자는 돈을 잃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미국이 수출보다 수입을 100달러 더 많이 한다면 그 100달러는 미국 정부 채권이나 기업 주식, 공장 건설 등 직접 투자를 통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다. 이는 미국의 기축 통화국으로서의 지위, 인적 경쟁력, 시장 규모 등에 의해 이루어진다. 만약 중국에 100달러의 무역수지 흑자가 발생하여 미국이 아닌 자국 또는 다른 국가에 투자를 하더라도 결국 미국 달러화는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글로벌 거래에서 사용되게 되어 결국 미국 금융 시스템이나 미국과의 거래로 순환하게 된다. 이러한 순환을 통해 미국의 국채 금리 등에 영향을 미쳐 미국의 자산수지(자본수지, 금융수지)는 흑자가 된다. 중국 중앙은행이나 금융기관이 달러를 외환보유고로 보유하더라도 이는 여전히 미국 달러 자산으로 기록된다. 결국 세계 경제의 상호 연결된 거래를 통해 미국의 무역수지(경상수지) 적자는 자산수지(자본수지, 금융수지) 흑자로 상계되며 결국 국제수지(Balance of Payments)는 무역수지와 자산수지의 합이 0이 되는 회계적 항등식이 성립하게 된다.

만약 미국이 관세를 통해 무역 흑자국이 된다면 그만큼 자산수지는 적자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각 국의 기업이 미국에 건설하는 공장이나 기간 시설에 대한 투자는 미국의 자산수지 흑자를 가속화하는 것으로 오히려 무역 적자가 심화될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 일본, 독일과 같이 저축률이 높은 국가는 수출 > 수입으로 무역수지 흑자국이며 미국은 저저축, 고소비 국가로 수출 < 수입이 되어 무역수지 적자국인데 관세 부과로 수입 단가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모든 제품, 상품을 생산할 수는 없으며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에 대한 투자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일정 부분 수입은 불가피하다.

또한 제조업 일자리 창출은 미미할 것이다. 2000~2010년 제조업 일자리 손실의 85% 이상이 생산성 증가에 기인한 것이며 무역은 일자리 손실의 13%만을 차지했다. 철강 산업의 경우 1980년대 철강 1톤을 생산하는데 10시간의 노동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2시간 미만이 걸린다.